본문 바로가기

박해일/기사

박해일 "내 전성기? 아직 오지 않았다"(인터뷰)


[정명화기자] 배우 박해일에게 새 영화 '최종병기 활'은 여러모로 큰 도전이다. 첫 사극연기에 첫 액션연기, 여기에 100억원대 블록버스터의 원톱 주연이다. 적장으로 출연하는 류승룡과 여동생 역할의 문채원 등이 등장하나, 박해일이 감당해야 할 몫은 크다.

이번 영화는 300만 관객을 동원한 스릴러 '극락도 살인사건'의 연출자 김한민 감독과 다시 한번 콤비 플레이를 이룬 작품이다. 첫 사극연기에 액션을 소화하려면 신경 쓸 구석이 많은 만큼 익숙한 이와의 호흡은 불필요한 감정낭비와 탐색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줄여 준 셈이다.

 

 

첫 사극연기, 내 옷 아닌 듯 불편했지만…


"다른 배우들은 이미 사극경험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깊이있게 연기할까 고민하는데, 저는 사극이라는 새로운 시스템, 형식이 신기하기만 했죠."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은 사화로 부모를 잃고 누이동생(문채원 분)과 세상에 둘만 남은 천재 신궁을 연기했다. 본격적인 액션에 사극연기는 처음이지만, 대사보다는 역동적인 행동과 몸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예전에도 사극 영화 제안이 들어오기는 했죠. 배우라면 한번은 겪어야 할 매력적인 장르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막연히 사극을 하게 되면 방탕한 유생 역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이번 영화는 활이라는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호기심이 생겼고, 한번 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어요."

"일단은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보여지는 모습 자체가 기존의 것과는 다르잖아요.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어요.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것 같고, 붕 떠 있는 것 같았죠. 의외로 주변에서 사극 분장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진짜인 양 마음을 다잡고 연기했죠. 여러모로 불편하기는 했지만, 우리 것을 알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활,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 소재


단 한자루의 활을 가지고 청군에 포로로 잡혀간 누이동생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적과 맞서는 내용을 그린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은 활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동안 주류가 아닌 이야기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소재로만 등장했던 활을 전면에 내세우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우리의 활은 서양이나 다른 나라의 활에 비해 여성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국궁은 아담한 형태에 비해 거리가 멀리 나가고 정교하며 이동성이 용이하죠. 영화 속에서 청군의 활과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돼 줄 것 같아요."

박해일은 우리의 국궁을 만드는 장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면서 우리 것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주문 제작한 활이 쓰였어요. 가격대로 상당히 비싸서 현장에서 어쩌면 배우보다 활이 더 대우를 받았죠(웃음). 배우보다 활을 먼저 챙겼으니까요. 영화의 스피드처럼 현장도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됐어요."

 

 


"내 전성기, 아직 오지 않았다"

서른 중반을 넘어 작품을 선택하는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묻자 박해일은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고 좀 더 편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예민하고 날 선 느낌이 아주 없진 않죠. 사람이 쉽게 바뀌나요(웃음). 하지만 불안함보다는 좀 더 무뎌진 느낌이랄까. 불필요한 생각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이 제게는 아주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요. 이런 느낌이 나이 때문인지, 작품을 해오며 자양분이 쌓여서 활용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정리가 된 것 같아요."

박해일은 지금의 기분을 '쪽집게 과외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불필요한 과정을 덜어내고 요점만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지금까지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왔지만 정작 본인은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도전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만, 제 스스로는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워요. 배우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일단 제안이 들어온 작품 안에서 내가 뭔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거죠.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는 것을 선택하는 거죠."

여름 성수기 시장을 노린 대작의 주연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기대를 묻자 "물론 욕심은 난다"고 박해일은 솔직하게 말했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된만큼 더 많은 관객이 봐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배우는 누구든 그렇지만 흥행에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티켓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제 전성이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요. 언젠가 올 그 전성기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죠."

박해일의 첫 사극연기 도전작 '최종병기 활'은 오는 8월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