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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기사

누구나 있는 ‘이중성’ 바닥까지 보여줬죠


■ 영화 ‘심장이 뛴다’서 예측불허 내면연기     박ㆍ해ㆍ일

쓰러진 엄마 사연듣고 돌변하는 양아치역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관심이 ‘연기 밑천’
내년 목표? ‘바쁘게, 정신줄은 놓지 말자’

“제 연기 밑천요? 그야 ‘관심’이죠!”

충무로와 관객이 보증하는 연기파 배우 박해일(33)이 거친 파도처럼 객석을 휘몰아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내년 1월, 새해 벽두부터 극장가를 뒤흔들 영화 ‘심장이 뛴다’는 살아서 뛰는 심장 하나를 사이에 놓고 우연히 만난 두 남녀 ‘휘도’와 ‘연희’가 벌이는 극적인 대립을 그렸다. 두 주인공은 물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회오리처럼 격변하는 이중성을 지녀 객석에 한바탕 풍랑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윤재근 감독의 ‘심장이 뛴다’에서 박해일이 선을 보일 캐릭터는 동네 생양아치 ‘휘도’다. 재혼한 엄마를 찾아가 돈이나 뜯어내고, 그런 엄마가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엄마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면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어느 순간부터 엄마를 살리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뛴다. 휘도는 영화 속에서 이중성이 가장 강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심장이 뛴다’의 시나리오를 읽어 보며 영화의 이중성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시나리오가 저를 향해 ‘사람이 어떻게 한 가지 톤으로 살아갑니까?’라고 묻는 듯했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가족의 생사를 앞에 두고 절박함에 놓인 사람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이중성을 드러내는 모습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라고 생각해요. 이런 매력이 절 ‘심장이 뛴다’ 속으로 끌어들였죠.”

‘살인의 추억’ ‘괴물’ ‘모던보이’ 등 작품마다 전혀 다른 옷을 갈아입어온 박해일은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기로 유명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보여줬던 ‘남일’ 캐릭터를 보고 영화팬들은 ‘삼촌이나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다’며 손뼉을 쳐댔다. 이번에 보여줄 ‘휘도’ 역시 골목만 돌아서면 접할 수 있는 흔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친근하고 평범한 캐릭터가 박해일을 만나면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생활과 밀착된 제 연기의 밑천은 ‘관심’이에요.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 매우 현실적인 장면들 속에서 캐릭터를 뽑아내요. ‘심장이 뛴다’에서 택배기사에게 욕을 퍼붓다 한마디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휘도의 모습을 보세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전 늘 이런 모습을 관찰하고, 영화 속에서 제 방식으로 발산해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살아가는 박해일은 사실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연기는 꿈도 꾸지 않았다.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박해일을 연기 세계로 끌어들였다.

“고3 때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었어요. 담임선생님께서 ‘내신이 달리니 실기를 잘해도 무리’라며 만류하셨죠.(웃음) 예체능 방면에 관심은 있었지만 딱히 연기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20대에 아르바이트로 아동극 뮤지컬을 시작했고, 대학로에서 연기를 하며 진로를 굳혔죠.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다만 제시간에 출퇴근하는 걸 못해서 평범한 직장인은 아닐 듯해요.”

 

내년 1월 영화가 개봉하는 탓에 2011년이 마치 올해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는 박해일. 한여름 태양 아래서 옷이 땀에 젖도록 촬영한 영화 ‘심장이 뛴다’처럼 내년에도 앞만 보고 달리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백호랑이의 기운을 듬뿍 받았는지 올해는 스스로 진일보한 느낌이에요. 일 때문에 무척 바빴고, 한해를 전체적으로 돌이켜볼 여유도 없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도 많았어요. 내년엔 아예 영화 속에 저를 던져 놓고 살려고요. 올해보다 더 분주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내년 결심은 ‘늘 바쁘게, 단 정신줄은 놓지 말자’랍니다. 하하!”  

글 김세혁 기자ㆍ사진 이효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