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터닝 포인트? 한번 작정하고 ‘껄렁껄렁’ 해진 박해일!
박해일, 그는 ‘알레그로(allegro)’가 아닌, ‘안단테(andante)’다. 누군가를 만난, 단 0.005초의 순간을 묘사하기 위해 그는 원고지 수백 매도 불사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단 하나의 낱말을 선택하기 위해 몇날 며칠 편지지를 구겨댈 것만 같은, 섬세하고 다채로운 질감의 사람. 말하자면, 그가 서 있는, 아니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세계는 상큼하고 경쾌한 ‘이모티콘’의 세계보다 오랜시간 숙고한 조심스럽고 풍요로운 ‘언어들’이 춤추는 세계다. 대체, 무슨 근거로? 글쎄, 말이다. 하지만 , , 등 그가 조금씩 변주를 시도하며 걸어온 영화들 속에는, 어딘가 스산함과 고뇌가 서려있어, 보노라면 마음이 출렁거리고, 괜시리 헛헛해진다. 그 속엔 ‘원상’, ‘인하’, ‘진국’이 아닌, 물기묻은 눈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