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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기사

[인터뷰] <심장이 뛴다> 박해일 “관객의 가슴을 요동치게 할 영화”


 


  
 
[맥스무비=김규한 기자] 박해일이 처음으로 양아치 연기에 도전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강렬함에 끌려 <심장이 뛴다>의 출연을 결심한 그가 이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은 뒤늦게 불효를 후회하고 죽어가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휘도다.

자신의 얼굴과 상반돼 보이는 인물을 맡았을 때 더욱 빛나는 배우가 있다. 어느새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박해일은 그런 배우에 속한다. 10년 전에 영화배우로 데뷔했지만, 왠지 그보다 오래 있어온 듯한 박해일을 만나러갔다.

관객의 공감을 사는 양아치가 되고 싶었다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해가는 배우는 흔치 않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지는 배우가 많은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려는 배우 박해일이 있었기에 지금 그는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매 작품 폭발적인 연기력과 다양한 연기변신으로 관객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박해일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도 그가 아직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를 백프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박해일은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캐릭터를 변주하는 솜씨가 놀라운 배우다. 박해일은 자신만의 뚜렷한 연기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캐릭터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심장이 뛴다>는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의 긴장과 재미를 주는 기존 스릴러와는 다르다. 이 영화는 엄마의 심장을 지켜야 하는 아들과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심장이 있어야 하는 한 어머니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억지로 눈물을 빼는 게 신파라면 우리 영화는 신파가 아니에요.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은 하나도 없어요. 사람 냄새 나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윤재근 감독님과 충분한 상의를 한 결과 작품의 흐름 또한 굉장히 흥미진진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죠.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왔고, 주변에 권할 수 있을 만큼 부끄럽지 않게 나왔다고 자신해요.”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이 보여준 연기가 최고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공감대 형성만큼은 확실히 이전까지의 캐릭터를 능가한다. 촬영장에서 뺀 힘은 휘도의 일거수일투족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극 초반, 철부지처럼 보였던 휘도는 엄마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변한다. 휘도의 심경 변화는 그를 둘러싼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관객의 공감을 얻으려면 이야기 자체에 설득력이 있어야지 배우의 연기만으로 절대 커버되지 않아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휘도가 까칠하지만 마음은 여린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 휘도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었고 그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만일 시나리오에 휘도의 심경이 변하는 과정이 표현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관객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휘도를 만들어 나갔죠.” 꾸밈없는 그의 말 속에서 역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현실에도 있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

박해일은 ‘당신에게는 이런 역할이 잘 어울려’라고 관객들이 먼저 말하기 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형화되기 쉬운 인물도 그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만나면 현실에도 존재할 것 같은 캐릭터로 변했다.

“현실에서도 있을 것 같은 인물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박해일은 휘도를 연기하기 위해선 캐릭터 분석보다 오히려 톤을 잡는 쪽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뒷골목 양아치로 살아가는 휘도를 유연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욕을 더 많이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많이 삭제된 것 같아요.(웃음)”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과 대화를 나눠본 후 작품 출연을 결정한 그는 휘도라는 인물이 가진 내면까지 꼭꼭 씹어 소화해냈다.
 
 


이번 영화에서 김윤진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그를 “믿음직한 상대”라고 칭찬했다.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어요. <쉬리> <세븐데이즈>에서 보여줬던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미국 시스템을 배우고 온 덕택인지 몰라도 현장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심장이 뛴다>는 투톱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영화일수록 전체적인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한 부분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일관성 있게 연기하려 노력했지요. 두 배우의 감정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라 관객들이 보시기에 신선할 것 같아요. 제목 그대로 관객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웃음)”

관객의 평가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자기를 완벽히 비워내야 하는 순간과 채워야 하는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박해일은 연기의 맥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거잖아요. 서로가 생각을 맞춰가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죠.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다음에는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려야 해요.”

박해일은 여러 배역을 거치면서도, 특정한 역할 이미지를 쌓아두지 않았다. 선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박해일은 서늘한 느낌의 역할들도 잘 흡수해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물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스펙트럼과 깊이를 가지고 있는 박해일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전혀 색다른 것을 내놓는다. 어떤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박해일은 그동안 자신과 닮은 역할에서도 아주 다른 느낌의 역할에서도 일관되게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10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할 일이죠.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데뷔,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가 된 박해일.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우선 작품 전체를 보는 것이다.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윤재균 감독은 휘도 역을 박해일이 하지 않았다면 영화를 완성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단언한다.
 
 



배우는 어차피 남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관객의 평가에 의해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 배우가 아무리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떠들어봐야 관객이 싫어하면 그만이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그런 거에 흔들림 없이 연기를 하는 배우에요.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관객들이 저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오랜 시간 동안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박해일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그가 살인용의자로 지목되어도,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남자로 변해도, 노골적으로 교생을 유혹하는 교사가 되어도,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는 저돌적인 인물로 나타나도, 철없는 양아치 연기를 해도 뭔가 그럴 만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한다. 더 중요한 건 그의 연기엔 ‘박해일 표’라는 꼬리표가 없단 사실이다.

‘박해일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배우 박해일을 좋아한다면 이 궁금증만으로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올해보다 더 분주하게 내년을 보내고 싶다는 박해일이 앞으로 어떤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사진: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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